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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치매, 잘 관리하면 고령화 시대에 재앙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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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엇보다도 2021. 3. 28.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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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n.news.naver.com/article/346/0000015048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치매, 잘 관리하면 고령화 시대에 재앙이 아닙니다”

노인이 가장 걱정하는 병은 바로 ‘치매’이다. 치매는 치료 약도 없는데, 치매로 기억이 없어지면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치매가 늘

n.news.naver.com

 

노인이 가장 걱정하는 병은 바로 ‘치매’이다. 치매는 치료 약도 없는데, 치매로 기억이 없어지면 자신은 물론,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노인 인구가 늘면서 치매가 늘고 있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12분에 한 명씩 치매가 발생한다고 한다. 치매 분야의 권위자 고대안암병원 신경과 박건우 교수는 ‘치매 치료보다, 치매에 걸린 노인이 어떻게 자신에게 남은 지혜를 가족들에게 전파하며 여생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할 것이냐’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를 만나 치매의 예방과 관리법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박 건 우 고려대 의대 신경과학교실 교수이자 서울시 강북치매지원센터 센터장이다. 뇌의 구조적 문제와 정신 문제를 통합적으로 보기 위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신경과 전문의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모두 취득했다.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신경질환 및 뇌졸중 연구소에서 박사후 과정을 연수한 바 있다. 치매·파킨슨병·소뇌위축증 분야의 권위자이다. ‘노인의 지혜에 가치를 둬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려대에 지혜과학연구센터를 설립했으며, 노인건강연구소 소장직을 맡고 있다. 치매 예방과 조기발견, 치매에 대한 인식 개선과 가족 치유에 앞장선 공로로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현재 대한노인신경의학회 총무이사, 대한치매학회 간행이사, 대한노인병학회 정보이사다.

치매 원인
한국은 빠르게 늙어가 올해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는데요. 고령사회가 되면 필연적으로 치매 급증은 피할 수 없는 것인가요?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치매 유병률이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긴 합니다. 한국은 노인 인구가 늘어나기 때문에 당분간 치매도 계속 증가할 것입니다. 유럽은 제1차,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세대가 사망함으로써 치매 인구가 줄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쟁을 겪은 세대는 기아로 인해 뇌 발달을 하는 성장기에 영양 섭취가 충분히 되지 않아 나중에 치매가 발병할 위험이 높습니다. 치매는 꼭 노화뿐 아니라 영양, 운동 같은 생활습관, 만성질환, 스트레스, 수면패턴, 가족력 등에 의해서도 발병합니다. 이런 위험 요인들을 조절하면 치매도 감소할 것입니다.
치매는 노화 외에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 다른 원인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나요?
치매는 뇌에 병이 생겨 인간의 고차원적 인지 기능이 감소하고 운동 능력이 떨어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치매의 큰 원인은 노화이지만, 우울증 등 질병이나 생활습관, 스트레스 등도 치매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각각의 요인들이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는 사람마다 어떤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술을 자제하지 못한다면 술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고, 우울증이 있는 사람은 정신적 고통이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유전에 의한 치매는 훨씬 예후가 안 좋다고 들었습니다. 정말인가요?
모든 병은 유전적 취약성과 환경적 위해가 만나서 발생합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병 중에 가장 흔한 것이 알츠하이머성치매가 있습니다. 드물지만 알츠하이머성 치매가 우성 유전방식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유전성알츠하이머병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노화가 진행되기 전에 유전적 영향이 커서 40대 정도에 치매 증상이 나타납니다. 일찍 발병하니 예후가 분명 안 좋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알츠하이머성치매는 노화에 의해 70대 이후에 주로 발병합니다. 이런 경우는 유전될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치매에는 알츠하이머성치매, 혈관성치매 등 종류가 다양한데요. 각각 얼마나 많이 발병하는지요?
치매는 60대에 1%, 70대에 10%, 80대에 25% 정도의 노인에게 발병합니다. 가장 흔한 병은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변형되어 축적되는 알츠하이머성치매입니다. 전체 치매의 60~70%를 차지합니다. 그다음으로 뇌경색 등 뇌혈관 질환에 의한 것이 20%, 파킨슨병 등 뇌의 퇴행성질환에 의한 경우가 10%, 기타 다른 뇌질환에 의해 치매가 발생합니다.
치료가 되는 치매도 있나요?
원인을 알고 제거하면 치료가 되는 치매도 있습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 정상압뇌수종, 만성경막하출혈 등에 의한 치매는 치료하면 치매가 좋아집니다. 당뇨병·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우울증같이 원인을 잘 관리하면 치매가 더 악화되는 것을 늦출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병의 진행은 막지 못하지만 증상은 일부 호전시킬 수 있는 경우(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등)도 있습니다. 따라서 전문가에게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의 치매 증상이 어떤 병에 의해 발생했는지가 그 경과와 예후를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치매에 걸리면 결국 어떤 경과를 거치나요? 치매를 진단받으면 평균 몇 년 정도 생존하나요?
치매에 걸렸다고, 그 자체로 사망에 이르지는 않습니다. 알츠하이머성치매는 뇌가 작아지지만, 호흡 등 생존과 관련 있는 뇌의 영역까지 작아지지는 않습니다. 사고, 판단, 배려, 언어와 같은 사람답게 살 수 있는 데 필요한 요소와 관련 있는 뇌의 영역이 파괴되는 것입니다. 치매 환자는 치매로 인해 사망하기보다는, 판단력이 떨어져 영양 섭취를 제대로 안 하거나 사고가 나는 등의 이유로 사망합니다. 일반적으로 치매 진단을 받으면 20년 정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65세 이전에 치매 증상이 나타나는 ‘초로기(初老期)치매’ 역시 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5년 새 20.5% 늘었는데요. 젊은 치매가 늘고 있는 이유는요?
젊은 치매 진단이 늘어나는 것은 실질적 치매 환자군이 늘어나기보다는 숨어 있는 치매에 대한 진단이 더 잘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진단된 환자들의 절대적인 수가 적기 때문에 조금만 더 진단돼도 급증한 것 같은 착시효과가 나타는 것입니다. 정말 초로기치매가 늘어나는지에 대해서는 좀더 추이를 지켜보아야 합니다.
치매 증상과 진단
치매의 초기 증상은 기억력 감퇴로 알고 있습니다. 건망증과 어떻게 구별할 수 있는지요?
건망증이 심하면 치매를 의심할 수 있습니다. 치매에 의한 기억력 장애는 새로운 것을 입력하는 데 관여하는 뇌 조직에 병이 생겨 발생합니다. 반면 건망증은 뇌조직의 이상이라기보다는 기억해야 할 때 주의 집중을 안 해 정상적 뇌 조직에 기억을 불완전하게 남긴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는 힌트를 주면 기억이 되살아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약속 장소에 안 나타난 사람에게 전화했을 때 ‘깜빡했다’며 미안해 하면 단순 건망증이지만 약속 자체를 기억하지 못한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합니다.
일부 치매는 기억력과 상관없이 불같이 화를 내는 등 성격 변화가 나타난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전두측두엽치매라는 병입니다. 전두엽은 인간의 억제력을 담당하는 뇌 부위입니다. 전두측두엽치매는 알츠하이머성치매와 달리 뇌의 앞쪽부터 이상이 생기므로 기억력은 그대로인데 성격이 변하고 판단력이 떨어집니다. 얌전하던 사람이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전체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서서히 기억력 저하가 동반됩니다.
일시적으로 치매 증상이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나요?
치매 증상은 뇌에 이상이 생기면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장 시간 수술을 받아 오랜 마취에 빠졌다가 깨어난 경우, 병실에서 낮에는 멀쩡하다가 밤이면 사람을 못 알아보거나, 헛것을 보고, 집에 가겠다고 화를 내는 증상이 바로 치매 증상입니다. 이러한 급성혼동 상태를 ‘섬망’이라고 합니다. 섬망은 그 원인요소가 잘 조절되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에 치매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가족들이 어떤 경우에 확실히 치매를 의심하고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하나요?
같은 질문을 하루에도 여러 번 반복하는 등 기억력이 감소하는 것이 가장 흔한 치매 증상입니다. 그러나 기억력 이외에도 잘 알았던 길인데도 길 찾기가 안 되거나, 일상적으로 잘 다루던 물건을 서툴게 다루는 등 다른 기능 이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 검사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말하면 ‘분명 똑소리 나는 사람이었는데, 뭔가 사람이 바뀐 것 같다’라고 한다면 전문의와 상의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치매는 보건소 등에서 선별검사를 해주고 있습니다. 꼭 받아야 하나요?
선별검사는 진단을 위한 검사가 아니라 위험군에 속하는지를 보는 검사입니다. 보건소는 위험군에 속하는 사람을 선별해 전문 의료기관으로 의뢰하거나 건강 상의 어려움을 도와주는 역할을 합니다. 보건소에서 선별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합니다. 치매가 불치병이라고 생각해 진단받는 것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일부 치매는 원인 교정을 거쳐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반드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혈관성치매의 경우 일단 발병하면 병의 진행을 늦추고 장애의 정도를 적게 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심장질환과 같은 위험 인자들의 조절을 한다면 새로운 뇌혈관질환의 발생을 막아 진행을 늦출 수 있습니다. 치매를 치료하거나 진행을 늦출 수 없다면 적어도 조기에 발견해 치매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측하고 대비하도록 한다면 삶의 질은 달라질 것입니다.
병원에서는 어떤 검사를 하나요?
뇌의 구조를 보는 MRI검사, 알츠하이머성치매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이나 대사율을 보는 아밀로이드 페트 검사, 뇌의 기능을 검사하는 신경인지검사가 대표적인 검사입니다. 이에 더하여 뇌파검사나 기타 신체검사 및 혈액검사를 시행합니다.
우리나라는 치매검사율이 낮은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왜 그런가요?
치매검사율이 낮다는 것은 어떤 나라와 비교했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부의 치매종합관리계획에 따라 치매검사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현재 치매 조기검진 사업은 선진국 수준입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언제든지 치매센터나 보건소에서 치매 선별검사를 받을 수 있는 곳은 세계적으로 거의 없습니다.
치매와 우울증은 구분이 어려워 오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치매로 진단된 환자 중 10% 정도가 우울증이 치매로 오진된 경우입니다. 노인이 우울증이 생기면 잘 들으려고 하지 않고, 매사에 관심이 없으며 표현도 부정적으로 하는 경우도 많아 ‘기억이 안 난다’, ‘모른다’는 이야기를 자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치매로 의심을 하는 것입니다. 진짜 뇌에 이상이 생겨 기억력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기억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노인우울증의 경우 적극적으로 우울증 치료를 하면 치매 증상이 호전될 수 있습니다. 한편 치매 환자의 40~45%가 우울증을 동반하고 있습니다.


치매 예방
치매는 예방이 가능한가요? 생활습관 개선 등으로 얼마나 예방을 할 수 있는지요?
네, 뇌가 망가지는 것을 예방해 치매를 막을 수 있습니다. 대한치매학회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치매 예방에 효과적이라고 발표된 임상 논문을 근거로 치매 예방을 위한 ‘진인사대천명+고(Go)!’라는 수칙을 발표했습니다. ①진땀 나게 운동하자, ②인정사정 없이 담배를 끊자, ③사회활동 열심히 하자, ④대뇌활동 열심히 하자, ⑤천박하게 술 많이 마시지 말자, ⑥명(命)을 연장하는 식사를 하자, ⑥고혈압·고혈당·고지혈증을 조절하자입니다.
치매 전단계인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치매로 진행이 되지 않게 할 수 있나요?
경도인지장애 진단을 받았다면 오진일 수 있기 때문에 진짜 치매 위험이 있는지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치매 증상이 있다고 해도 왜 그런 증상이 나타났는지 원인을 찾고 해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불어서 위에 언급한 생활습관을 지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알츠하이머성치매로 인해 뇌가 파괴된다고 해도 운동이나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 등을 통해 기억력 장애와 같은 치매 증상을 덜 겪게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밝혀진 가설인데, 뇌신경 회로는 특정 회로가 망가졌다고 하더라도 우회로를 만들어 기능을 대신하기도 합니다. 치매로 뇌가 파괴돼도 좋은 생활습관을 통해 뇌신경 우회로를 만들면 정상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독서, 바둑 등 두뇌활동을 많이 하면 치매에 덜 걸린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두뇌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은 뇌를 운동시키는 것입니다. 뇌운동은 인지기능 저하, 인지장애나 치매 발병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바둑, 독서, 퍼즐 등과 같은 두뇌활동은 뇌를 자극해 뇌기능에 좋은 영향을 미칩니다. 멍하게 TV만 본다면 뇌세포가 활성화되지 않습니다. 각종 복지관, 평생교육기관 등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경험하는 것은 뇌 활동 증진뿐만 아니라 사회활동도 증진시켜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치매 예방을 위해 가장 먼저 꼽는 것이 운동입니다.
운동은 신체의 건강에도 필요하지만 뇌의 건강에도 필수적입니다. 뇌에는 우리 몸에 있는 혈류의 4분의 1이 흐릅니다. 뇌의 무게가 1.2kg인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은 혈액이 흐르는 것입니다. 그만큼 뇌에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뇌에 에너지를 잘 전달하기 위해서는 혈관이 건강해야 합니다. 혈관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면 몸과 정신의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습니다. 1주일 3회 이상 약간 숨이 차고 땀이 날 정도의 유산소운동을 하는 사람은 인지장애 생길 확률이 5분의 2로 낮습니다. 알츠하이머병치매 위험도 3분의 1로 적습니다. 즉 진땀이 날 정도의 운동을 일주일에 3회는 해야 합니다.
치매 예방에 비타민E나 비타민C 같은 항산화 영양소가 좋다고 하는데, 정말인가요?
동물 실험이나 실험실 연구를 통해 비타민C나 비타민E(토코페롤)가 신경 손상을 방어하는 대표적 영양소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성분이 많이 들어 있는 비타민 제제가 치매 예방에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연구는 비타민E와 비타민C는 보조제로서, 고용량을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합니다. 또한 약으로 된 비타민 제제보다는 이러한 성분이 들어 있는 식품을 먹으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토코페롤이 많이 들어 있는 음식으로는 식물성 기름, 견과류(아몬드·호두), 해바라기씨, 사과, 멜론, 아보카도 등이 있습니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뇌세포의 구성 성분인 좋은 지방을 먹어야 합니다. 어떤 지방이 좋은 지방인가요?
다가불포화지방(polyunsaturated fat)의 한 가지인 오메가3 지방산은 뇌 세포막 인지질의 주요 구성 성분입니다. 이 지방산은 혈전 형성을 방지하고 항산화 및 항염증 기능이 있습니다. 네덜란드와 미국에서 시행한 연구에서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생선을 먹으면 알츠하이머성치매의 위험도가 60% 감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그런데 생선을 먹는 대신 생선 기름을 이용한 건강보조제의 사용이 알츠하이머치매의 위험을 감소시켰다는 보고는 없습니다. 따라서 오메가3 지방산 역시 등푸른 생선 등으로 섭취할 것을 권합니다. 또한 미국 연구에 따르면 포화지방산을 많이 먹으면 알츠하이머성치매 위험도가 2배로 증가하고, 트랜스지방산을 중간 정도만 섭취해도 알츠하이머성치매의 위험도가 2~3배 증가 된다고 보고하였습니다. 기름기가 많은 튀긴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알코올성치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치매에 알코올은 큰 위험인 것 같습니다.
술이 뇌에 미치는 영향은 양면의 칼날과 같습니다. 신경 독소로 작용도 하지만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여러 역학 조사에 따르면, 분명 과음(하루 5잔 이상)은 나쁜 결과를 보이고 있으나, 어느 정도의 음주는 치매의 발생을 줄인다고도 합니다. 따라서 어떤 종류, 얼마나 많이 먹는지가 중요합니다. 뉴욕, 로테르담, 호놀룰루에서 시행된 연구에서 모두 술을 안 먹는 것보다 한두 잔의 술을 먹는 것이 좋으며, 뉴욕 연구에서는 이러한 효과가 다른 주류보다 와인에서만 유의한 효과가 있음을 발표했습니다. 따라서 현재 한두 잔 정도의 와인을 권할 수 있습니다. 술을 안 먹는 사람인 경우 굳이 술을 권할 필요는 없습니다.
교수님이 생각하시기에 치매 예방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운동과 사람 사이의 관계 맺음입니다. 운동은 뇌혈관을 건강하게 하고, 사람과 소통을 하는 작업은 기억, 판단, 배려, 언어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뇌신경세포를 활발하게 사용하게 해서 치매 위험을 낮춥니다.
한국 사회에서 치매 위험을 높이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독거노인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고 혼자만 지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1.5배 더 높습니다. 혼자 사는데 치매에 걸린다면 너무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반대로 친목·자원봉사·종교 등과 같은 단체활동을 하는 사람은 치매 확률이 4분의 1로 크게 낮아집니다. 혼자 살 수밖에 없더라도 끊임없는 사교 및 봉사 활동을 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또한 최근 늘고 있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질환은 뇌혈관의 병을 악화시키는 인자들입니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짜지 않고 싱겁게 먹어야 합니다. 계획적인 식사로 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고, 혈중 내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주치의와 상의해 철저히 조절해야 합니다.


치매 치료
현재 나와 있는 치매치료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고 어떤 효과가 있나요?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를 근본적으로 완치시킬 수 있는 약은 아직까지 없습니다. 그러나 인지기능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약물을 사용함으로써 치매 증상을 줄이는 데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현재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분비를 증가시켜 기억력이나 인지기능의 장애를 완화시킬 수 있는 약을 사용함으로써 치매의 증상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또한 치매 환자에게 볼 수 있는 불안 증상, 우울증, 망상이나 환각, 수면장애 등을 치료하기 위해 항정신병 약물, 항우울제, 항경련제 등을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가족의 고통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약물치료와 더불어 가족에 대한 교육과 인지 요법 등의 지지적인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가 있습니다. 이런 치료들은 치매를 조기 발견했을 때 더 효과가 좋습니다.
현재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약은 무엇인가요?
알츠하이머성치매의 원인인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축적되는 것을 막거나 제거하는 원리의 약입니다. 이런 약은 수십년 간 연구를 했지만 안타깝게 개발에 실패했습니다. 원인은 뇌가 너무 많이 망가진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최근에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많이 쌓이지 않은 알츠하이머성치매 초기 단계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런 약의 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을 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얼마나 쌓였는지 알 길이 없었지만 진단기술의 발달로 ‘아밀로이드 PET’ 등을 통해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뇌에 얼마나 쌓였는지 알 수 있습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너무 고통스러워 종종 비극적인 뉴스를 접하고는 합니다. 치매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은 어떤 마음을 가지고 환자 케어에 임해야 하는지요.
치매 환자 가족은 환자가 기억을 잃고, 성격도 잃고, 감정도 잃고, 자존심도 잃고, 삶을 잃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환자를 원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바뀐 것이 아니라 병 때문에 사람이 변한 것이라고 이해해야 합니다. 부모님 혹은 배우자가 치매에 걸렸다고 당장 두려워하고 담을 쌓아서는 안 됩니다. 먼저 병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비록 치매 환자라서 기억은 없지만 과거의 체득한 경험이 깊어 자손들을 올바르게 이끄는 지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또한 어느 순간이 넘어가면 요양원 등 시설에 보내는 등 헤어지는 것이 맞습니다. 끝까지 환자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집착일 수 있고 비극의 씨앗이 될 수 있습니다.
요즘 치매 보험도 많이 들고 있는데요. 정작 치매 환자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지 않아 문제라고 들었습니다.
현재 치매 보험의 95%는 중증치매 상태여야 보험금 지급을 합니다. 중증치매 상태란 간이인지기능 검사결과 19점 이하이고, 동시에 임상치매척도(CDR) 검사결과 3점 이상에 해당되는 상태가 90일 또는 180일 이상 지속되어 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그러나 임상치매척도 3점은 단편적인 기억만 남아 있는 심한 기억장애와 시간·장소의 인지가 안 되고 사람만 겨우 구분하며, 판단력이나 문제해결 능력이 불가능하고, 집에서 의미 있는 기능을 할 수 없고 실수도 많이 해 대소변 수발이 필요하고 누가 보더라도 집에서 모실 수 없는 상태, 배우자 등이 혼자 간병이 불가능한 상태를 말합니다. 이러한 중증 상태까지 진행되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장기요양보험에서는 요양원 입소 비용의 거의 대부분을 급여하기 때문에 사보험이 거의 필요가 없는 상태입니다. 더더욱 걱정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독거노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는데, 독거노인이 보험을 청구해야 할 중증 치매에 빠지게 되면 치매 보험에 가입한 사실을 과연 기억할 수 있을까 의문입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 경증치매로 진단을 받았을 때, 그리고 조금 더 심해졌지만 자신이 살던 집에서 요양을 받을 수 있는 중간 정도 진행된 상태는 보험금 지급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매 조기 발견, 치매 환자 관리 등에 대한 정책적 조언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16년부터는 제3차 치매관리종합계획하에 그간 국가, 공공기관, 병원, 복지시설 등의 공급자 위주의 치매정책이 실제 환자와 보호자 중심의 치매 정책으로 전환됐습니다. 치매검진 급여전환, 24시간 방문요양 도입, 치매가족상담 수가 신설 등으로 치매 부담을 줄이려는 것이 목적입니다. 또 환자와 가족이 느끼는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소프트한 지원책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둔 모습입니다. 이런 정책 방향은 치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해 모두 필요한 것입니다. 그러나 예산 규모가 4807억원으로 부족한 상황이라 정책 실현의 가능성이 있을지 걱정입니다.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사진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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